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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사회, 문화, 경제 등 - 많은 생각과 질문들 | 베르나르 올리비에(Bernard Ollivier) - 나는 걷는다(Longue March)

 

새벽에 일어나서 가볍게 운동하고 아침을 먹는 것이 습관이 된 나. 이 호스텔에서 머무르면서 아쉬운 점 한 가지는 호텔 셔터문을 아침 6시 30분, 딱 조식이 시작될 시간에 연다는 점이다. 로비 쇼파에는 밤새 야근을 한 청년 한 명이 자고 있고, 1층 컴퓨터를 할 수 있는 쇼파 공간에도 또 다른 청년 한 명이 자고 있다. 그 외에는 좁디 좁은 이 호텔 어디에도 나는 갈 곳이 없다. 그렇다고 도미토리 룸에 있자니 답답한 마음이 들어 5시부터 잠이 깬 나는 차라리 계단에 앉아 나만의 아침 시간을 가지곤 했다가, 이제는 아예 호텔 셔터문이 열리는 시간에 맞춰 일어나고 있다.

 

호텔 조식이 없던 어제 아침 호치민의 아침 길거리를 걸으며 느낀 점은, 여기 사람들은 캄보디아보다 아침이 약간 느리다는 것이었다. 아침 7시 즈음이 되어서야 상인들이 하품을 하며 가게 셔터문을 올리고 있었고, 아침 음식 장사도 조금 늦는 편이었다. 캄보디아에서는 새벽 5시에 일어나 밖에 나와도 벌써부터 몇몇 가게들이 문을 열어놓고 있고, 시장은 7시부터가 한창이었으며, 아침 쌀국수는 6시도 안 된 시각에 먹을 수 있었는데 말이다. 물론, 이곳 호치민에서도 자전거에 바게뜨 바구니를 싣고 돌아다니는 상인들은 부지런해서 새벽 6시도 안 된 시간에 바게뜨 판다는 안내 방송을 틀어놓고 온 거리를 돌긴 한다.

 

왜 이곳 사람들이 캄보디아보다 아침에 느릴까 생각을 해봤을 때, 이곳은 경제 도시라는 점을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베트남에서도 대도시가 아닌 시골 마을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삶이 농경과 관련이 되어있을 것이므로 그들의 아침은 이 대도시 호치민보다 훨씬 더 빠르게 시작될 수 있다. 그러나 산업이 발달한 이 대도시에서는 아침이 비교적 늦게 시작되고, 퇴근 시간 이후에는 또 나름의 여가 시간과 자기 개발의 시간을 가지면서 자연히 취침 시간이 늦어지게 되는 등 농경을 기반으로 생활하는 사람들과의 생활 패턴은 당연히 달라지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의문이 드는 것은 베트남도 대부분의 직장 출근 시간이 7시, 퇴근 시간이 5시 정도로 캄보디아와 비슷하다고 알고 있는데 왜 캄보디아 프놈펜 사람들의 아침이 더 빠른걸까? 민족, 사회, 문화 등에 따라 삶의 양식 또한 국경을 맞대고 이렇게 조금씩 달라짐을 느낀다.

 

 

또 느낄 수 있는 점은 동남아권에 있는 베트남 역시 더운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이곳 사람들의 피부는 무척 희다는 것이다. 캄보디아 사람들과 비교할 때 더욱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1,000년 이상의 중국 통치권 속 역사를 거쳐 중국인들의 피를 많이 받아서 그런걸까? 

 

그런데 여기는 중국인들의 영향은 그다지 두드러져보이지 않는다. 내가 아직 알지 못하는 부분이 있기는 하겠지만 이곳에 있는 절이나, 일상 속의 용 문양 장식 등을 봤을 때에는 훨씬 더 베트남이 캄보디아보다 중국 문화, 유교 문화 느낌이다. 화교들은 많이 찾아볼 수 없지만 이미 문화 속에 중국 문화가 깊숙이 배여든 느낌이다. 그래서 조만간 China town(차이나 타운)인 'Cholon(촐론)' 지역을 방문해보고 싶다. 캄보디아에서는 거의 화교들이 대부분의 경제를 장악하고 있는데 베트남에서는 중국인들의 영향력이 어떠한지 궁금하다. 왜냐하면, 이제 세계는 거의 중국이 중심이 되는 판도로 바뀌어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움직임을, 특히 경제 영향력을 주목해서 봐야 할 필요가 있다.

 

 

 

 

나는 이곳에 와서 많이 걸으면서 자꾸만 생각나는 것이 베르나르 올리비에(Bernard Ollivier)의 <나는 걷는다(원제:Carnets D'une Longue Marche(2005)> 이다.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4년 간 혼자 실크로드는 걸은 뒤 사진 한 장 없이 글만으로 현장을 전달한 책을 펴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책의 출판 편집자는 '먼 곳을 다녀왔다는 것만으로 얘깃거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요즘처럼 누구나 여행을 하는 이 시대에 누구나 다 가는 유명 관광지의 기념사진과 쇼핑 스케쥴만을 나열하고 자기 만족에 빠진 겉핥기 식의 여행기들은 이미 숱하게 널려있다. 이 여행기들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나는 이 여행을 통해 나의 사고가 확장될 뿐만 아니라, 내가 보고 배우고 느낀 모든 것들을 통하여 나와 다른 사람을 살리는 생산적이고도 발전적인 여행 내용을 얻길 바란다.

 

 

 

 

아직 서른도 되지 않은 나는 아직 세상에 대해 풍부한 경험을 해보지 않아 배울 것도 많고 앞으로 더 경험해야 할 것도 많지만, 누구나 다 여행하는 이 아세안 국가라 할지라도 나만이 볼 수 있고, 나만이 통찰할 수 있는 나만의 여행 내용이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성장해 온 배경과 문화를 통하여 본 세상, 10년 이상 서양음악 공부를 해 온 내가 본 세상, 인도와 캄보디아에서 직접 보고 부딪쳐왔던 전 세계의 가난이라는 현실을 어떻게 극복하고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던 내가 바라보는 아세안,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은 왜 태어났고 어떻게 해야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인지, 인생의 목적이 무엇인에 대한 답을 얻은 내가 바라보는 모든 현장 그리고 그 현장의 사람들. 그것을 기술하는 일은 내게 큰 즐거움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무엇인가를 볼 때마다 질문하고, 그것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한다. 그러나 주의점은 나의 성장 배경과 문화라는 프레임이다. 나는 나의 것을 가지고 현장을 판단하지 않기를 원한다. 가장 편견 없이 현장을 바라보고, 그 현장에 가장 필요한 질문과 답을 얻길 바란다. 그리고 이것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하지만 또한 어떤 의무감이나 딱딱함으로 현장을 대하고 싶진 않다. 나의 모든 오감, 육감을 활용하여 이 현장의 많은 것들을 느끼고 또한 느껴지는 그대로 즐기기도 할 것이다. 하루하루 모든 가는 곳과 만남을 통해 다음 일정이 자연스럽게 결정되고 내가 해야 할 일들이 자연스럽게 보여지는 비젼 여행이 되길 바란다.

 

 

 

 

"걷는다는 것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다지는 일이지만 그 이상으로 자신이 나아갈 길을 꿈꾸는 일이기도 하다." - 베르나르 올리비에 -

 

 

나는 자꾸만 그림이 그리고 싶다. 이 현장의 아름다움을 사진이 아닌 내 손으로 직접 그린 그림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데 막상 종이와 색연필을 살 엄두가 나질 않는다. 나는 뭘 망설이고 있는걸까..?

 

 

호치민에서는 골목 입구마다 파란색 간판으로 마을 이름, 구역 등이 표시된 간판을 볼 수 있다. 내 감이 정확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것을 통해서 나는 사회주의 느낌을 받는다. 골목도 참으로 오밀조밀, 작고 작다. 조용조용한 마을 내 사람들을 만날 때에는 일본 사람들 특유의 겉으로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성향을 닮았다는 생각도 든다. 그에 비해 캄보디아에서는 이렇게 좁은 골목을 만나보진 못했다. 물론 호치민이라는 도시가 경제도시로 발달하면서 인구 밀도가 높아져서 주택이 빼곡한 부분도 없진 않겠지만, 그래도 골목이 좁아도 너무너무 좁다는 생각이 든다. 

 

 

호치민 시에는 공원이 참 많고 또 잘 조성되어 있다. 이런 공원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사람은 진짜 주어진대로 살아가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이곳은 아주 타락 문화 느낌은 아니다. 아직까지 느끼기로서는... 

 

길거리의 걸인들을 위한 사회 정책이 있는지 궁금해진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보게 된 것은 길거리가 무척 깔끔하다는 것. 껌자국이 시커멓게 이곳저곳 붙어있는 한국의 길거리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특히나 이곳은 수많은 여행자들이 지나다니는 Phạm Ngũ Lao 인데도 말이다. 사람들이 껍을 잘 안 씹는건가... 길거리에 침을 뱉는 모토 기사들은 많이 봤다. 그들은 이해가 되기도 하는 것이, 하루종일 먼지 가득한 도로 위에서 일을 하니 그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호치민에 와서 신기한 것은, 한국인들의 영향력은 잘 찾아볼 수 없으면서 호텔이나 편의점 등에 들어가보면 K-POP이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한국 아이스크림, 라면, 과자 등의 먹거리를 너무나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는 여행을 하면서 최대한 짐을 많이 만들지 말자는 생각이 있다. 특히 책 종류는 정말 지양하자는 생각이었지만, 나는 늘 기록을 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있어서 공책을 사지 않을 수 없었다. 컴퓨터로 다 기록을 해보겠다고 다짐을 하긴 했었지만, 손으로 기록하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이다. 곰곰히, 더 꼼꼼히 생각하고 기록할 수 있기에 골목 가게에서 공책을 사기로 했다. 현지 공책은 96페이지짜리가 5,000d(약 US$0.24)이었다.

 

공책을 사면서는 참으로 신기했던 것이, 가게에서 마늘, 고추 등의 다진 양념을 판다는 것이었다. 이를 사람들은 소량씩 구매해갔다. 집에서 다지기 귀찮은 사람들이 많은가? 시장에서도 깎은 채소들을 팔기도 하던데... 하긴, 한국에서도 다진 양념과 깎은 채소, 심지어 씻은 쌀까지 나오니까.

 

 

 

 

이건 뭘까? 찹쌀떡 같기도 하고, 빵 같기도 한 음식.

 

 

 

 

또 견과가 들어간 다양한 종류의 간식도 판다. 쌀 등의 곡물로 만든 과자들도 꽤 있고.

 

 

 

 

컵라면 종류도 다양.

 

 

 

나는 HIGHLANDS COFFEE(하이랜드 커피) 가게에 왔다. 글도 쓰고 생각도 정리하고 쉴 겸해서 왔다.

 

 

 

 

아까 가게에서 산 노트. 

 

베트남 글자는 알파벳과 비슷한 형태인데 왜 이렇게 칸이 쳐져 있는 것일까? 

 

 

 

 

시장에서 산 빵.

 

와플 팬에 구운 것은 코코넛을 넣고 구운 빵이고 달달, 노란색 빵은 겉에 pork floss와 달걀 노른자가 올려진 짭짤하고도 독특한 맛의 빵.

 

 

카페에서 열심히 글 쓰고, 메시지도 정리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5시 무렵. 

 

허기가 졌다. 어떤 저녁을 먹을까 고민하며 숙소 근처를 한바퀴 돌다가 Chợ Thai Binh 시장 근처 길거리 레스토랑에서 Bun bo Huế 라는 음식을 먹었다. 편으로 썬 돼지고기(?)가 곁들여진, 우동 같이 굵은 면이 들어간 국수였는데 맛이 꽤 좋았다. 

 

국수를 먹으면서 신기했던 것은, 나도 이제 점점 정상적인 식사가 가능해지고 있다는 점과, 고기 요리가 나와도 이제 그 고기 먹는 것을 즐긴다는 것이었다. 때로는 그 고기가 먹고 싶어질 때도 있다는 것이 더 신기했다. 

 

점점 더 몸이 나아지는 것 같다. 몸과 마음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했던가. 몸이 건강해지니 기분도 나아지고 마음도 든든해지는 것 같다. 나는 Jack fruit smoothie(잭 프룻 스무디)를 한 잔 사가지고 호텔로 들어왔다. 샤워를 마친 뒤 스무디 한 잔과 함께 하루를 정리했다.

 

29 Nov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