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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에 여행 - Hue | 베트남에서의 마지막 날 | 분 보 후에 - Bun Bo Hue 쌀국수 | 후에 로컬 마켓 | 후에 황궁 Imperial Enclosure

 

나는 간밤을 뜬 눈으로 지새웠다.

 

호텔 방이 생각보다 꽤 추웠기 때문이었다.

 

나는 십자수를 하면서 심심한 손을 달래고, 중요 강의를 들으면서 심심한 귀를 달래며 아침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러고는 어느 정도 날이 밝자 여행자 거리 쪽으로 가서 호스텔이나 괜찮은 호텔방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이제 예상대로라면 이 베트남의 후에(Hue)에서는 하루 정도만 더 머물고 내일은 라오스(Laos)로 넘어갈 참이었다. 그랬기에 나는 굳이 훌륭한 호텔이 필요하진 않았다.

 

그런데 호스텔은 거의 다 꽉 찼고, 웬만한 호텔들은 값이 비쌌다.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는데 우연히 발걸음을 한 괜찮은 호텔에서 without breakfast 조건으로 하여 인터넷 유명 호텔 예약 사이트로 예약하면 US$19인 방을 US$10에 직접 예약하게 되었다.

 

그러고는 바로 배낭을 메고 호텔을 옮겼다.

 

머무르던 호텔의 매니저는 오늘 이 지역 관광을 하려면 자신이 교통 편, 가이드까지 다 arrange를 해줄 수 있으니 예약하라고 했지만.. 한국인들도 이곳에서 머무른다면서 나를 안심(?) 시켰지만, 더 이상 그 춥고 어두침침한 호텔에서 머무르고 싶진 않아 도망치듯 그곳을 뒤도 안 돌아보고 빠져나왔다.

 

새롭게 옮긴 호텔은 역시 방 분위기가 조금 침침하긴 하였고 view가 아주 훌륭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창문이 있고 TV도 있고, amenity도 다 구비되어 있고, 따뜻한 물도 나오고, high speed wi-fi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좋았다. 무엇보다도 서양 여행자들이 그곳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이 내게 위안을 주었다. 여행지 어딜 가나 서양 여행자들이 있다는 것은 가격이 좋다거나, 시설이 좋다거나.. 아무튼 머무르기에 어느 정도 괜찮다는 뜻임을 장기간의 여행 경험을 통해 체득하게 되었다.

 

 

배낭을 옮기고 호텔이 결정되니 마음이 편해지자 뭐라도 먹어야지, 아침 생각이 났다.

 

쌀국수로 유명한 나라 베트남.

 

베트남 저 남부 도시 호치민(Ho Chi Minh)에서부터 이 중부 도시 후에(Hue, 또는 회)까지 쭉 올라오면서 공통적으로 만날 수 있었던 쌀국수 메뉴 중 하나는 '분 보 후에(Bun Bo Hue)'라는 메뉴였다.

 

나는 이 '분 보 후에'가 재료 정도를 나타내는 말인 줄 알았는데, 'Bun Bo Hue'의 'Hue'가 도시 이름이었음을 이 후에(Hue)에 와서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후에(Hue)까지 왔는데 고장 특식을 안 먹어볼 수야 없다는 생각으로 Bun Bo Hue(분 보 후에)를 찾아 돌아다녔다.

 

나는 여행자들이 찾는 값비싼 레스토랑보다는 서민들이 찾는 길거리 식당이나 시장에 가고 싶어서 동네를 한참 동안이나 돌았다.

 

그러다가 강변에서 한 서민 식당을 만나게 되었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Bun Bo Hue(분 보 후에)한 그릇을 주문했다.

 

 

 

 

 

나는 우동 같이 두꺼운 면발보다는 얇은 실면 쌀국수를 훨씬 더 좋아하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두꺼운 면발을 더 선호한다는 느낌이었다.

 

 

 

 

여행을 하며 고기를 먹게 된 나는 정체불명의 고기 완자와 쌀국수 국물을 우릴 때 함께 삶았을 고기 썬 것을 꽤 맛있게 먹었다.

 

이때가 아니면 언제 이런 맛 경험을 해볼 수 있겠냐는 생각에서 고기도 씩씩하게 먹고, 쌀국수도 거의 다 비웠다.

 

 

 

 

내가 한 그릇을 겨우 다 먹는 사이에 어떤 한 동네 아주머니는 리필까지 해서 두 그릇을 뚝딱 비웠다.

 

나는 허름하긴 해도 이 사람 사는 냄새나는 이 식당이 참으로 좋았다.

 

아주머니의 미소는 내 마음을 푸근하게 하여.. 이 장면을 기억하고 싶어 아주머니에게 양해를 구하고 사진 한 장을 남겼다.

 

이제 Hue를 마지막으로 베트남 여행을 마치게 되는데.. 마지막 도시에서 좋은 추억을 남겨서 기분이 좋았다.

 

 

 

 

쌀국수를 다 먹고 동네 구경을 하기 위해 다시 발걸음을 돌리는데 한 호텔에 아직도 Merry Christmas가 붙어있었다.

 

그래.. 그리스도인에게는 매일매일이 그리스도의 축제의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께서 또 이렇게 메시지를 주시나 해서 힘을 얻고 감사했다.

 

 

 

 

Hue는 DMZ 가 가까운 지역이다.

 

많은 여행객들이 이곳에 와서 DMZ tour나 Ho Chi Minh trail을 좇아 여행을 한다.

 

 

 

 

 

 

 

Hue의 local market.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다... 각자의 장소에서 각자의 지위와 역할에 따라서.. 하루하루.. 이렇게 말이다.

 

새삼스럽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 어느 것 하나 모두 틀린 것은 없다고... 다만 어디로 향하고 있나.. 내가 어디에 속해있나.. 그 방향과 소속은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Hue의 강이 보이는 한 공원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빵을 먹으려니 한 부랑자가 내 곁에 다가와서 뭐라 뭐라고 하였으나.. 살짝 무서워지기도 하였고.. 그래서 그냥 못 들은 척하였다. 공원에는 특히나 가난한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Hue(후에)의 한 historical site(역사적 장소)인 Imperial Enclosure(임페리얼 인클로져 - 후에 황궁)에 가보았다.

 

 

 

 

Gate.

 

중세의 유적인데 아직까지도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통행하는 게이트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 신선했다.

 

 

 

 

잔디는 사람들의 휴식&모임 공간이 되고 있고... 엄청난 세월이 느껴지는 한 커다란 나무는.. 그렇게 몇 세기 동안이나 이 장소를 지키고 있었을 터..

 

 

 

 

이곳은 관공서.

 

 

 

 

 

 

잿빛 날씨가 이 노란색 유적을 더더욱 이국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베트남을 여행하면 할수록, 그리고 북부로 향하면 향할수록, 베트남은 참으로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나라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참으로 깔끔하게 정비된 도로. 이 성 안에는 중세의 유적도 있고, 현대 사람들의 주거 공간과 비즈니스 공간이 함께 있었다.

 

갑자기 스리랑카(Sri Lanka)의 한 도시 Galle의 fortress가 생각나기도 하였다. 그 요새 역시 중세의 유적들은 유적대로 보호하면서 사람들이 그 안에서 한데 어울려 살아가고 있는 생활공간으로써의 의의도 지니고 있다.

 

이는 한국과는 참으로 대조적인 모습이다. 물론 한국에서도 살아가면서 유적을 관리/보존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유적들은 방문객들의 입장만 허용하는 곳이 대부분인 데 비해 동남아시아나 인도 등.. 꽤 많은 나라들에서는 이전의 유적들을 잘 관리/보전하면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 유적들을 잘 활용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성벽 안 한 박물관. 이곳을 돌아가면 엄청나게 웅장하고 멋진 성이 나타나는데.. 그 이후의 사진은 아쉽게도 카메라 배터리가 다 되어 찍지 못했다.

 

나는 그 거대한 성벽 둘레를 걸으며 나의 여러 생각들과 고민들을 정리했다.

 

 

 

그렇게 도시 산책을 마치고는 호텔 근처의 한 여행사에서 내일 라오스 비엔티엔(Vientiane)로 향하는 버스 표를 예매했다.

 

가격은 거의 한 US$40 정도로 꽤 비쌌고 예상 소요 시간은 24시.

 

버스를 타고 그렇게 장시간 동안 가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부담이 되어 라오스의 수도인 비엔티엔까지 올라가지 말고 라오스 중부 지역인 사바나켓(Savanakhet)까지만 갈까 싶었는데, 그렇게 되면 라오스 북부로 갈지, 남부로 내려갈지.. 그 일정이 너무나도 애매해졌다. 그래서 이왕 국경을 넘어가는 거, 시간을 좀 더 투자해서 라오스 수도인 비엔티엔까지 가기로 결정을 했다.

 

 

그렇게 베트남에서의 마지막 밤을 정리했다.

 

13 Jan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