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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여행 Day 22 : 스리랑카에서의 마지막 날 - 콜롬보(Colombo) 도보 여행
Olivia올리비아 2021. 11. 21. 16:27Sri Lanka(스리랑카)에서의 마지막 날.
머리가 아프다. 열도 좀 난다. 오늘 힘 있게 콜롬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싶은데 몸이 영.. 어쨌든 Galle Face Green과 Hotel은 꼭 가봐야지.
어제 밤에 만난 Kandy(캔디) 여인은 새벽 4시도 채 안 되어 일어나 Saree(사리)로 갈아입고 머리를 단정히 하더니 5시도 안 된 시각에 떠났다. 잠깐의 만남.. 그리고 헤어짐... 아쉬운 마음에 연락처라도 물어볼까.. 싶었는데.. 만남과 헤어짐에 익숙해져야 할 앞으로의 여행길에.. 잠시 아쉬운 마음은 접어두기로 했다. 연락처를 알아둔다 하더라도 과연 연락을 다시 하게 되긴 할까..라는 생각과 정말 인연이 되는 사람이라면 다시 만나게 되리라는 생각으로..
커피 생각이 간절하여 아침을 Barista에서 먹으려고 Galle Face Green Hotel에 갔는데 바리스타가 Colombo 7을 옮겨졌단다.. 어제 봐 두었던 Crescat Boulevard 안의 Italian restaurant도 문을 안 열었고.. 어디 가서 아침을 먹을까.. 고민하며 McDonald 쪽으로 걷다가 Pelace Hotel을 발견했다(스펠링이 Palace가 아니라 'Pelace'였다.).
다행히도 이곳에선 veg. Rice & Curry를 팔고 있었다. 이 접시 외에는 다른 선택권이 없었으므로 이 메뉴를 시켰고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맛있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그냥 Dhal이랑 Coconut Sambol을 좋아해서 맛있게 먹었던 듯..
이 레스토랑의 종업원은 나를 아주 깍듯이 대해 주었다. 숟가락과 접시도 내가 보는 앞에서 뜨거운 물로 소독해주고.. 어느 나라에서 왔냐, 이름이 뭐냐 등등 나에게 다가와 이것저것 물어 보며 더 필요한 것은 없냐.. 음식도 계속 리필해 주더니 나중에는 파파야 1줄까지 서비스로 주셨다. 신경을 쓴 듯 정갈하고도 깔끔하게 잘라 내온 파파야. 그 파파야 하나에 미소가 절로 지어져 배가 부름에도 파파야 접시는 다 비웠다.
이곳에 오기까지 사실 릭샤꾼들의 Ricksha? Madame? 하는 소리와.. 콜롬보의 매연 때문에 은근히 짜증이 났었는데 우연히 들어간 레스토랑에서 이렇게 상상 외의 대접을 받으니.. 콜롬보에 대한 안 좋은 인상이 이 종업원 아저씨 한 사람으로 인해 싹 씻겨져 나가는 듯 했다:) 길에서 이상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식당까지 따라 들어와 여전히 이상한 눈길로 날 쳐다보며 Soda 1병을 마시고 나간 청년만 제외하면 말이다.
식사를 마친 뒤에도 머리가 여전히 아파서.. 볼 것 빨리 보고 그냥 들어가 쉬고 싶은 마음에 밥 먹자마자 나와 Viharamahadevi park에 갔다. 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었지만 가면서 콜롬보의 골목 구석구석, 콜롬보의 숨은 모습들을 볼 수 있어서 가는 길이 지루하진 않았다. 소박한 주택과 빌라, 부유한 이들의 거대 저택, 일본 스타일의 케익집, 주얼리 샵, 레스토랑 등 여러 가게들.. 그리고 한국적인 분위기로 대문을 꾸며 놓은 Korea Embassy까지. (참고로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대한민국 대사관은 Dhampala Mw.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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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근처 다 와서 로터리에서 조금 헤매다가 드디어 공원 도착.
공원 초입에서 만난 꽃. 무슨 꽃일까?이 꽃이 슈거 크래프트로 만든 꽃이라면 저 꽃잎을 만지는 순간 파사삭- 부서질 것만 같다는 생각이 갑자기 든다.
내가 꽃 사진을 찍고 있자 공원 경비 아저씨가 다른 색상의 꽃도 있다면서 이 꽃도 찍으라고 해서 찍어봤다. 표정과 말투는 참 딱딱한데 하시는 말씀은 참 친절했던 아저씨:)
공원을 잠시 걷다가 한 쪽에 나무그늘이 드리워진 의자가 있어 잠시 앉아 글을 쓰고.. 공원 풍경을 구경했다. 무엇인가를 재잘재잘, 쉴새 없이 떠들어대는 곳곳의 연인들.. 청소부 아주머니, 아저씨.. 그리고 매점의 주인들.. 그리고 한 쪽에서 방송 드라마인지.. 뭔가를 촬영 하고 있던 배우와 스태프들.. 각종 촬영 장비들...
그나저나 왜 이렇게 연인들이 많은지.. 그와 왔으면 어땠을까.. 그와 다시 이곳에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과연 콜롬보를 떠나기 전 이 곳에 왔었을까?wi-fi가 된다던 McDonald는 발견했을까?내 생각에 그는 Colombo역에 도착한 뒤 그냥 그 근처에 숙소를 잡았을 것 같다. Kollupitiya는 멀어서.. 그 곳까지 왔었을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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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Cinnamon Garden에 가보고 싶어 그 곳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가다가 길이 헷갈려서 어떤 아저씨한테 물어보니 한 방향을 가르켜 그 쪽으로 걸었다. 그런데 가도가도 안 나오는 정원.. 그냥 느낌대로 길을 가는데.. 앗! 이것은! 커피빈이었다. 우리나라의 커피빈이 스리랑카에도 있다니..ㅎㅎ Malaysia에서도 Starbucks만큼이나 커피빈이 잘 나간다더니.. 이곳에서 우리나라 브랜드를 발견하니 반갑긴 했다.
그렇게 커피빈을 돌아 조금 더 걷다 보니 군인들이 보였다. 군인들은 이곳 지리를 잘 알지 않을까 하여 그들에게 다가가 길을 묻자.. 내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고서 무조건 고개를 끄덕인다. 뭔가가 좀 이상한데?
걷다가 다시 지도를 보니 계피 정원은.. 아마 한참 멀리 있는 것 같다. 스리랑카 사람들.. 여행자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싶었던 것일까?길을 물으면.. 영어를 잘 못 하면서도 무조건 내가 가리키는 쪽이 맞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을 여행 내내 많이 만났다. 그래서 낭패를 볼 때도 있었는데... 지금 그 분들의 얼굴을 떠올려 보면 고마운 생각마저 들어 얼굴에 미소를 짓게 된다. 낯선 이에게 친절을 베풀어 준 고마운 사람들:)
아무튼 아저씨와 군인들이 길을 잘못 가르쳐 준 덕에.. 난 어떤 멋진 길 끝에 선 어떤 사람의 동상을 만나게 됐다.
양쪽에 커다란 나무가 쫙 뻗어 있는 멋진 도로.
그 도로를 따라 쭉 걷다 보면 정면에 이런 동상이 서 있다. 동상이 내가 따라 온 길을 바라보고 서 있는 것이다. 동상의 오른편에는 잔디밭이 깔린 경기장이 있다.
동상의 뒷쪽엔 이런 공간이 있다. 이곳은 독립기념박물관의 윗층이다. 길을 잘못 든 덕에 독립기념박물관까지 오게 되다니~ㅎㅎ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한 쪽에 서면 이렇게 멋진 건물을 볼 수 있는데.. 아마 이곳은 독일 대사관인 듯 하다.
이곳까지 온 김에 독립기념박물관에 들어가볼까.. 하다가 그냥 입장하지 않았다. 잠시 앉아 쉬어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날은 흐리지만 한 낮의 따가운 자외선 때문에 쉴 곳이 필요했던 까닭이었던 것 같다. 이 날의 한 낮의 기온은 34℃였다.
그냥 앉아서.. 그렇게 쉬었다. 이 동상의 인물은 1900년대 초반에 큰 일을 했던.. 스리랑카의 정치.경제를 안정시킨.. 스리랑카의 아버지라 불리는 사람인데 이름은 안타깝게도 잊었다.. 기억해두고 싶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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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길을 걸었다. 점심 때가 한참 지나 다시 Galle Rd.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이 날 엄청 많이 걸었다. 여기까지 오는 데만 해도 족히 10km는 걸은 듯... Galle Rd.로 돌아가는 길엔 버스를 탈수도 있었지만.. 버스를 타면 구석구석 숨은 콜롬보의 모습을 볼 수가 없어 그렇게 이동하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난 걸으면서 콜롬보의 골목골목을 구경하게 되었는데 확실히 Kollupitiya 지구 근처라서 그런지 내가 가는 곳마다 콜롬보의 부유한 모습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특히 독립기념박물관 근처는 여러 정부 부처의 건물들과 대사관.. 그리고 사립학교와 고급 쇼핑몰, 기념품샵 등등이 몰려 있는 핵심 지구인 듯 했다. 그러고 보니 콜롬보에서는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들을 못 봤다. 부자 동네이기 때문에 그랬을까?콜롬보 전체가 다 이런 모습은 아니겠지?내가 미처 보지 못한 다른 콜롬보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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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는 바닷가에 왔다.
사람을 압도할만한 높은 고급 빌딩들이 들어선 Galle Rd.에서 200~300m만 나오면 이렇게 자연향 가득한 바닷가가 나온다는 것이 신기하다.
잠시 바닷가를 산책했다.
철길을 따라 걸으며 기차가 언제 올까.. 조바심과 겁이 났는데 금방 기차 한 대가 지나간다. 하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나를 보자 소리를 지르며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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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시간.. 숙소에 그냥 들어갈까 하다가 스리랑카에서의 마지막 날인데 이대로 그냥 들어가기가 아쉬운 마음에 숙소 근처를 거닐었다.
조금 걷다 보니 이런 호수가 나왔다. 호숫가를 따라 산책로가 있어 매연 많은 이 도시 속에서 맑은 공기 좀 마셔보자! 하며 걷고 있는데 정작 스리랑카 사람들은 그 근처를 안 걷고 있었다. 오히려 피하는 듯한 느낌마저..
얼마간 걷다 보니 왜 사람들이 그 근처를 안 걷고 있는지 깨달아졌다. 수많은 비둘기떼.. 깃털.. 오염된 물...
그래도 꿋꿋하게 호숫가를 돌았다. 그냥.. 왠지 돌아보고 싶었다.
호숫가 가운데에 이렇게 사원이 있었다.
다리를 건너 들어가는 사원.. 중간에 와상이 있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이 도심 속 한가운데에 이런 사원이 있다니.. 이 사원은 콜롬보 시민들이 바쁜 일상 속 신을 만나는.. 삶을 쉬어가는 장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그렇게 사원 안에서 불을 피우며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다 다시 나왔다.
호수에 있는 다리. 꽤나 낭만적이어서 건너볼 수 있을까.. 했더니..
이렇게 막혀 있었다. 아쉽다..
호숫가를 그렇게 걷다 보니 날이 점점 어두워졌고 호숫가를 혼자 걷는 것 자체가 무서워졌다. 하나 둘, 건물들에 불이 들어오는 것을 지켜보다 서둘러 숙소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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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만난 콜롬보. 너무 더웠다. 그리고 아침부터 줄곧 쉬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무리했다 싶을만큼 정말 많이 걸은 날이었다. 콜롬보를 구석구석 돌다보니 베이커리 전문점이나 카페, 갤러리 등 생각보다 재밌는 것들이 많아 내일이면 콜롬보를 떠나야 한다는 것이 좀 아쉬워졌지만.. 그렇다고 살고 싶고, 더 머무르고 싶은 도시의 느낌은 아니었다.
한편, 입맛이 없어 저녁을 먹을까 말까 갈팡질팡 하다가 간 Crescat Boulevard. 늦은 시간인데도 Food Court에 사람들이 참 많았다. 여러 나라의 음식을 다양하게 팔던 그 곳에서 고심 끝에 고른 Thai 음식.. 굉장히 짰다.. Sprite로 짠 맛을 달래고.. 내일 새벽 공항 가는 길에 먹을 바나나와 물을 산 뒤 숙소로 돌아왔다.
스리랑카 여행이 끝난다는 아쉬움.. 그리고 내일부터 새롭게 시작될 인도에서의 또 다른 여정에 대한 설레임.. 난 그렇게, 아쉬움과 설레임이 교차하는 마음으로 짐을 단단히 꾸리며 스리랑카에서의 마지막날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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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의 화폐>
스리랑카에서 돈을 딱 맞춰 쓰고 나가고 싶었는데 공항까지 갈 차비도 필요하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마지막 날 돈을 뽑게 됐다.
그런데 기존에 보던 Rs.1,000짜리 화폐와는 다른 모습의 화폐가 뽑아져 나왔다. 신권이였던 듯..
스리랑카의 상징적인 모습들.. 정치적인 모습들이 화폐에 담겨져 있어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