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인도 배낭여행 - 마날리(Manali) 여행 셋째 날

 

 

Nature Park를 통해 마날리의 아름다운 숲과 강.. 자연을 느끼며 New Manali(뉴 마날리)에 도착했다. Tourist information center를 찾아 마날리 지도를 구하고, Leh(레)에 가고 싶어 직원에게 레의 지금 상황이 어떠냐고 물어보니 지금은 홍수 직후라 위험해서 안 된다며 말렸다. 그럼 Srinagar(스리나가르)는 어떠냐고 물으니, Spiti(스삐띠), Parvati valley(빠르와띠 계곡) 쪽이 그쪽이랑 느낌이 비슷하다면서 거길 추천하더라.. 스삐띠랑 빠르와띠 계곡을 가고 싶긴 하지만.. 그쪽은 마날리에서 시계방향으로 돌아 다시 남쪽 Shimla(쉼라) 쪽으로 향해 가는 것이기에.. 그렇게 되면 McLeod Ganj(맥레오드 간즈) 가는 것이 좀 번거롭게 되고.. 그렇게 되면 그냥 쉼라에서 Delhi(델리) 가는 편이 나아져서.. 아쉽지만 그냥 마날리에서 맥레오드 간즈 가기로 마음을 먹고 버스 정류장에 가서 버스 시간을 알아봤다.

 

그런데 버스 정류장에서 Adile의 사촌을 또 만났다! Dharamsala(다람살라)로 가는 버스 시간표를 물어보고 있었는데.. 어떤 서양인과 함께 한 아딜 사촌이 나도 다람살라 가냐면서 참견을 했다. (사실 참견은 아니었고.. 서양인 친구 버스표 끊어주는데 내 것도 끊어주려 도와주려고 했던 듯..) 아딜 몰래 마날리를 떠나고 싶었는데.. 내가 다람살라 가는게 아딜 사촌을 통해 아딜 귀에 들어가는게 싫어서.. 다람살라 가냐는 아딜 사촌의 말에 그냥 "maybe."라고 대답하고.. "not sure." 하고 말았다. 어쨌든 다람살라 가는 버스는 저녁시간과 아침시간에 있는데.. cloak room이 없는 것이 이 버스 정류소의 정말 단점... 호텔 체크 아웃시간이 정오인 것을 걱정하면서.. 버스 매표소 직원에게 다람살라 가는 버스편이 아침이 좋냐, 저녁버스가 좋냐 물어보니 당연히 저녁이 좋단다. 나도 저녁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루종일 낮시간을 버스에서 보내고 해질 무렵 다람살라에 도착해서.. 또 맥레오드 간즈로 이동하여 방 잡을 생각을 하니.. 엄두가 안 난다.

 

 

이것저것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데 배가 안 고파서 슬펐다. 그런데 이곳저곳 골목을 구경하다 보니 다행히 좀 출출해졌고, 어느 한 큰 식당 앞에서 튀김 간식들을 많이 만드는 모습에 관심이 갔다.

 

그곳에서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Aloo tikki(알루 띠끼 - 동그란 감자 크로켓)를 발견! 하나에 10루피. 단 하나를 샀지만 아저씨는 미리 비닐로 작게 포장해 놓은 Puri(뿌리) 먹을 때 끼얹는 빨간 처트니도 같이 주셨다. 식당에서 먹고 갈 생각이었는데 아저씨의 재빠른 손놀림에 어느새 난 팩킹된 봉지를 들고 서 있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길거리를 거닐면서 먹게 되었는데, 상당히 맛있었다는 사실~ 감자가 주는 탄수화물의 냄새와 포만감~ 흠~~ 감자 너무 좋다! 특히 매쉬드 포테이토!!! 

 

그러고도 약간 출출하여 종이팩에 담긴 주스들을 마실까 하다가.. 그냥 가격 대비 좋은 Slice mango juice를 마실 생각이었는데.. 어느 한 가게에 fruits cake이 보여 얼마냐 물어보니 15루피라고 했다. 정말 저렴한 가격에 하나 달라고 했더니 즉석에서 전자렌지에 데워주는데, 아저씨가 다른 이들이랑 이야기 하는 데에 정신이 팔려 너무 오래 데우는 바람에 너무 뜨거웠다. 근데.. 역시 가격 대비 질인 것인가.. 다른 가게의.. Shimla(쉼라)의 45루피짜리 eggless pound cake나 Dehradun(데흐라둔)의 25루피짜리 fruits cake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너무 뻣뻣해서.. 그냥 윗부분만 먹고 버릴 수밖에 없었다. 

 

. 

 

거리를 걷다 보니 날이 흐려지고 약한 비가 내렸다. 하지만 금방 그치는 듯 해서.. 어제 넘어져서 몸이 아픈 탓에 그냥 Rickshaw 타고 Vashisht(바쉬슈트) 갈까 했지만.. 뉴 마날리에서 바쉬슈트까지의 거리가 3km라는 여행자 센터의 아저씨 말이 생각나서 '3km 그까이거 뭐 대수랴.' 하는 마음으로 그냥 걷기로.

 

 

 

작은 온천마을 바쉬슈트 가는 길. 다리를 통해 Beas river(베아스 강)을 건넜다. 이렇게 수많은 기도 깃발들이 걸려 있는것을 보자 이 곳은 또 다른 인도라는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큰 대형 트럭들이 아슬아슬하게 이 다리를 건넜고, 보행자들은 큰 차들에게 길을 내어주고 다리 가장자리에 딱 붙어서 다리를 건넜다.

 

바쉬슈트 가는 길목에는 걷는 사람들이 많아서, 함께 걷는 느낌이라 힘이 났다. 다리를 건너고 흙먼지가 날리는 도로가 쫙 펼쳐져 있는 마을 어귀(?)에서는 Dalai Lama(달라이 라마)를 환영하는 현수막도 보았다. 달라이 라마가 이 곳에 오는 것일까? 아까 다리를 건널 때 티벳, 네팔 분위기의 기도 깃발들이 보이더니... 이곳은 불교인구가 많은 곳인가? 아무튼 '일반적인' 인도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이색적인 풍경들의 연속이다. 

 

 

 

 

이 길은 Rohtang la(로흐땅 라, Rohtang pass)로 가는 길이었는데.. 대형 화물트럭이 정말 많이 다녔다. 

 

 

 

 

길 왼편에는 계곡과 산이 펼쳐져 있는데.. 와.. 정말 TV나 사진에서만 보던 풍경에 너무 할 말을 잃고 몇번이나 가던 걸음을 멈추어 사진을 찍었는지 모른다.

 

 

 

 

대자연의 감동.. 사진으로는 도저히 담아지지 않는 감동으로 벅찬 순간이다. 정말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지구상에 이런 곳이 있다니....

 

 

 

 

자연의 일부가 된 사람들조차 아름다워 보였다.

 

 

 

 

그렇게 멋진 자연을 왼편으로 두고, 길 오른편으로는 산사태가 난건지, 일부 도로가 유실되어서.. 남자들과 전통복장을 입은 여인들이 도로 복구공사를 하고 있었다. 남자도 힘든 일일텐데 이 지역 특유의 머리두건을 쓰고 열심히 일을 하는 여인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길을 쭉 걸어가면 이렇게 인도 북서부의 Ladakh(라다크) 지방으로 통하는 도로, welcome 표지판이 나타난다. 와.. 이 길이 내가 그토록 가보고 싶은 라다크로 가는 관문이라니! 표지판 하나에 또 가슴이 설레이고 벅찼다.

 

 

 

 

표지판 앞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언덕을 올라가면(사진상으로는 왼쪽 길로 올라가면) 바쉬슈트 마을이 나온다.

 

 

 

 

올라가면서 잠깐 걸어온 길을 바라봤다. 인도에는 역시 경차들이 많다. Hyundai 차도.

 

 

 

 

언덕을 올라 바쉬슈트 마을 초입으로 들어섰다. 마을 어귀 언덕에는 커다란 복구 차량이 서 있었다. 지하수가 터진 것인지.. 사람들이 한참 벽돌을 쌓고.. 무엇인가 벽돌 작업을 하고 있었다. 몬순(Monsoon)이 지나간 피해일까..? 싶었다.

 

 

 

 

언덕을 올라올라 쉬엄쉬엄 바쉬슈트로 향했다. 이곳에서도 길에서 흔하게 사과 나무를 볼 수 있었다.

 

 

 

 

왼쪽으로는 멋진 풍경이 보인다.

 

 

 

 

언덕을 오를 때마다 달라지는 풍경에 연신 감탄하게 되었다. 저~쪽엔 울창한 나무들이 있구나. 저 나무숲 사이가 내가 걸어온 Nature park인가..?

 

 

 

 

 

역시 사진으로는 멋진 풍경이 잘 담기지 않는다. 그냥 보이는 풍경을 그 순간 최대한 즐기는 방법밖에는...

 

 

 

 

오른쪽 건물은 꽤 깔끔해 보이는 호텔이었다.

 

 

 

 

교복을 입은 두 소녀가 내 앞에서 자기네들끼리 하하호호 웃으며 쉬엄~쉬엄 걸어 올라가는걸 보고 이 길은 현지인들에게도 가파르고 힘든 길이구나~ 하고 느꼈다. 

 

 

 

 

이곳에도 이곳이 마치 티벳인 양 기도깃발이 많이 걸려 있었다.

 

 

 

 

 

마을의 상징인 듯한 커다란 바위. 기도깃발이 근처에 있는걸 봐서 이 바위는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는 바위 같다. 어떻게 이렇게 커다란 바위가 이곳에 떡! 하니 자리를 잡았을까. 그 크기와 모양이 그저 놀랍기만 했다.

 

 

 

 

 

바위 옆으로 계속 길을 따라 올라가는 길.

 

 

 

 

소 주인인 듯한 여인이 소가 밥을 먹을동안 기다리고 있고. ㅎㅎ 동네 사람들도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서 푸르른 풀들을 가득 베어 머리에 지고 가는 여인들을 몇몇 봤다. 참 무거워 보이는 풀짐을 지고 땅만 바라보는 여인은 힘든 기색이 역력해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 가득이었다.

 

조금 더 언덕을 오르자 드디어 공예품 가게들과 슈퍼마켓, 여행사 등이 길 양쪽에 쭉 늘어서 있었다. 바쉬슈트는 마날리보다 덜 상업적으로 보였지만 여전히 한국말로 사람들이 말을 많이 걸었다. 가는 길에 bone ring(‘본느 링‘ 이라 해야 알아들음)을 파는 가게를 몇군데 들렀지만.. 느끼 청년 가게보다 종류도 덜 다양하고.. 대부분 가락보다 커서 아쉽게도 여기서도 반지는 못 샀다. 반지를 봤던 가게 중 어떤 한 가게에서는 한 남자가 갓난 아기를 데리고 가게를 보고 있었는데, 아들을 바라보는 그 눈빛에 애정이 듬뿍 묻어 있어서 문득 시샘의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반지도 구경하고, 할머니가 텅 빈 유리 없는 건물에서 좌판 벌여놓듯 주욱 늘어놓고 파는 히말라야 돌들고 구경하고.. 각종 공예품들을 구경하고.. 사람들도 만나가면서.. 쉬엄쉬엄 올라갔는데.. 뉴 마날리의 중심 mall road에 있는 사원과 비슷한 목조 사원이 나타났다.

 

Lonely planet 지도를 보니 여기가 바로 Vashisht Temple(바쉬슈트 사원)! 드디어 바쉬슈트 끝까지 다 온 것이다. 

 

사원에 들어갈까 했는데 신발 keep 비용이 1루피라길래.. 1루피 내기가 참 번잡스럽게 느껴졌다. 여기까지 왔는데 귀찮더라도 그냥 들어가볼까도 싶었지만, 사원에 특별한 관심도 없고.. 그냥 겉모습을 보는걸로 됐다!

 

그래서 사원을 지나쳐 더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 봤다. 

 

 

 

 

와... 정말 올드 마날리에서처럼 그림 같은 전통 가옥이 펼쳐져 잇었다. 소도 있고.. 우물가에서 빨래하는 여인도 있고.. 정말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주황색 옷을 입은 사두들이 돈을 달라고(기부..라고 해야 하나..) 다가오는 것이 싫긴 했지만...

 

 

 

 

새로 지어지고 있는 신축 건물과 바쉬슈트의 전통 가옥.

 

 

 

 

 

이곳의 전통 가옥이 새로 지어지는 건물들에 지지 않고 잘 보존되었으면 좋겠다.

 

 

풍경이 정말 멋져서 이리저리 구경하다 돌아오는데.. 발에 뭐가 묻어서 우물가에 다가가 발을 씻었다. 그곳에서 빨래였던가.. 무언가 일을 하고 있는 여인들의 머리 두건이 예뻐서 예쁘다고 말하니.. 여인들도 내가 입은 빨간색 추리다.. Punjabi dress의 바지를 가르켰다. 인도 옷을 입은 외국인이 반가웠나보다^^

 

소의 여물인지.. 등에 풀을 한가득 짊어진 우물가 근처 벽에 기대어 앉아 있던 여인에게 "Bye~" 하고 인사하고 가려는데, 그 여인이 이마와 하늘을 손으로 번갈아 가르켰다. 나한테 신의 가호..랄까.. 좋은 뜻을 빌어주는 것 같길래, 내 오른 손목에 묶여 있던.. 친구 S가 선물해 주었던 무병장수를 비는 실 팔찌를 여인에게 보여주었다. S가 선물해준 실을 보여줬다. (인도인들은 이걸 손목에 많이 하고 있다. 실이 끊어지기 직전에는 씻을 때도 풀지 않으므로 대부분 실 색은 바래져 있다.) 역시, 여인이 반가워하는 것 같았다. ^^

 

다시 길을 돌아 내려가려는데, 한 골목에서 한 여인이 나를 불렀다. 마날리나 바쉬슈트 여인들은 좀 보수적이랄까.. 여행자에게 일종의 적대감이 있는 듯.. 웬만해서는 여행자들과 대화를 안 하는 여인들인데..  (여행자들이 여인들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허락 없이 많이 촬영하고.. 또 그걸 상업적으로 이용해서 화가 나 있는 듯 하다.) 전통 의상을 입은 여인들에게 호의적인 마음을 가진 나인터라..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니 나더러 1 night을 하란다. 숙소를 운영하나보다. 여인은 자기 집에서 한 남자도 머무른다면서 나를 집으로 안내했다.

 

골목을 구불구불 돌아가니 전통 가옥이 나타났다. 소도 있고.. 참 정겨운 시골집 같은 분위기에 기분이 좋아졌다. 여인은 2층에서 열쇠를 가지고 오더니 가옥을 돌아돌아 잘 지은 게스트 하우스로 나를 안내했다. 방을 보니 방은 얼추 깔끔했고..(침대시트와 카펫이 깨끗한지는 모르겠으나..) 그렇지만 공동욕실인데 하룻밤에 250루피란다. 여인은 계속 나더러 자기 집에 머무르라고 했다. 한 여자도 여기에 머무르는데 낮엔 오피스? 일을 보고 밤에만 잠을 잔다며... 내 짐과 숙소가 올드 마날리에 있다고 하니 내일 옮겨와서 머무르라는데.. 250루피를 고집하는 여인. 비싸다며 200루피를 부르니 여인은 220으로 낮춰 부르면서.. 유창하지 못한 영어로 자기 집이 너무 힘들게 일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야 하고.. 어른들은 농사일로 힘들게 일하나 보다.. 소도 키우고.. 사과 작업도 하나본데.. 음.. 그냥 그 집을 나서기가 너무 미안해서 숙소 이름과 전화번호를 포스트잇에 받았다. 내일 어쩌면 바쉬슈트에 머무르고 싶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말이다. 여인에게 내일 오겠다고 하고 집을 나섰다. 여인이 얼마나 사는 것이 힘들면 지나가는 나를 다 잡아 방을 보여주고 이렇게 적극적으로 장사를 할까 싶어.. 연민의 마음이 들기도 했다. 아주 잘은 모르겠지만 바쉬슈트 사람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여인의 집을 나와서 다시 마날리로 돌아가려다가 길을 잘못 들어 예쁜 풍경들을 만났다. 어쩜 저렇게 식물들을 예쁘게 세워 두었을까! :)

 

 

 

 

지나가다가 본 사과를 담아 지고 나르는 바구니.

 

 

 

 

비가 오고나니 풍경이 더욱 청초하니~ 멋지구나! 산과 구름.. 안개.. 나무 가옥과 돌길... 정말 살아보고 싶은 멋지고 예쁜 마을이다.

 

 

 

 

초록 식물과 돌기와, 나무 가옥이 정말 아름답다.

 

 

 

 

내 눈엔 정말 모든것이 다 아름다워 보였다. 가정집에 널린 빨래마저도...

 

 

 

 

이곳도 사과 궤짝을 만드려는 것인지, 아님 해체한 것인지.. 나무판들이 가득 쌓여 있고 비나 안개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천막을 쳐 놓았다.

 

 

 

 

역시 지나가다가 본 베틀. 아~ 나도 베틀짜기 배우고 싶다!

 

 

 

 

천막 안쪽엔 탐스러운 빠알간 사과들이 가득이다.

 

 

 

 

사과 궤짝들.

 

 

뉴 마날리로 다시 돌아가려고 내려오는 길에 fancy한 cafe와 bakery들을 봤다. 가게들을 보니 나도 욕심이 났다. 아.. 나도 베이커리에서 빵 잘 만들 수 있는데!!

 

한편으로는.. 아.. 바쉬슈트 같이 작은 마을.. 이렇게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이 마을에도.. 여행자들을 타깃으로 한 카페와 베이커리.. 여행사의 유입(또는 설립)은 어쩔 수 없는 바람인 것일까... 보기엔 예쁘고, 좋고, 편리해 보이는 것들이지만.. 이런 상업성을 띤 가게들로 인해 바쉬슈트가 전통을 잃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참! 그런데 온천 마을인 바쉬슈트에서 온천을 못 보고 그냥 내려왔다! 이런...!! 날이 안 좋은 탓에.. 내려오는 데에 마음이 급했다.

 

. 

 

바쉬슈트를 구경하고 내려오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현대적 숙소의.. 말도 안 되게 비싸게 느껴지는 숙소에서 머무르는 것도 좋지만.. 지역 주민들을 위해서 지역민의 숙소에 머무르는 것도 참 의미 있는 공정 여행이라고 느껴졌다. 250루피.. 사실 한국돈으로 7천원도 안 되는 돈인데.. 하도 저렴한 숙소가 많다보니 이것도 비싸게 느껴졌었는데.. 힘들게 살아가는 지역민들이 이렇게 번 돈으로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면.. 상업성을 띄는 숙소보다 이렇게 지역민 숙소에 머무는 것도 상당히 의미 있는 일로 여겨졌다. 

 

한편, 전통 의상을 입은 여인들을 보면.. 남들이 자기 사진을 팔아서 사진 찍는 것을 꺼려한다는 것이 느껴져서.. 굳이 여인들이 찍지 말라고는 하진 않지만.. 동의를 구하지 않은 상태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 항상 꺼려졌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여인들의 아름다움에 마음이 뺏겨 사진을 찍길 간절히 바라고.. 멀리서 풍경과 함께.. 멀리의 모습이나마 찍곤 했었다. 그런데.. 거꾸로 생각해봤다. 소의 여물인지.. 풀을 한 짐 짊어지고 힘들게 언덕을 걸어 올라오는 여성을 봤을 때.. 이 사람들은 참 힘들게.. 정직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데.. 자기들의 모습이 예쁘다며서 허락도 받지 않고 사진은 찍히고.. 그 사진이 상업적으로 팔리고.. 그 심정이 어떨까 싶었다. 그렇다고 그 수익이 그 여인들한테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그저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찍고.. 또 악용하여 상업적으로 이용까지 하는 것.. 그것은 정말 안 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여인들 사진 찍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정말 솔직히.. 여전히, 아름다운 이 마날리의 가옥과 여인들.. 특히 여인들이 일하는 모습.. 뜨개질 하는 모습.. 사과 바구니나 풀 바구니를 짊어지고 가는 모습은 정말 예쁘고.. 여인들 자체의 모습도 의상이 참 알록달록 아름답다. 

 

여인들 의상에 대해 글을 쓰다 보니 문득, 이 곳 여인들이 왜 두건을 두르게 되었을지 궁금하다. 동시에 나도 여인들처럼 두건을 사서 두건 두르는 법을 배워서 둘러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가 이스라엘에서 온듯한 사람을 만났는데.. 그들의 공통점도 역시 두건이었다. 두건이 어떤 의미일까?인도인들과 이스라엘 여성들의 두건의 의미는 또 다르겠지? 흥미롭다. 

 

 

뉴 마날리에서 바쉬슈트까지 왕복 6km, 뉴 마날리에서 올드 마날리까지 왕복 5km.. 뉴 마날리에서 시장 돌아다닌 것 한 2km.. 오늘 정말 많이 걸었다. 

 

약간 지친 다리로 걸어가는데.. 올드 마날리의 관문인 빨간 다리 건너기 전.. 또 누군가가 "Lyla!" 하고 여러 번 불렀지만.. 그냥 대답 안 하고 쳐다보지도 않고 아는 척 안 하고 왔다. 공예품 골목에서 상인들이 "Namaste(나마스떼).",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등을 했지만.. Adil에 대해 기분 나쁘게 생각하게 된 탓인지.. 그냥 내 갈 길을 묵묵히 가게 되었다. 한때는 사람이 반가우면서도.. 한때는 사람 때문에 지쳐서 쉬고 싶다... 

 

 

 

숙소 가는 길에 본 올드 마날리의 풍경. 바쉬슈트의 모습과 닮았다.

 

 

 

 

한 여인이 베틀 작업을 하고 있었다. 가족을 위해 참 부지런히 일하는 듯한 여인. 어머니들은 역시 대단하다.

 

 

 

 

 

땔감이 가득 쌓인 집. 벌써 겨울을 대비하나...

 

 

 

 

어느 집에 놓인 베틀이다.

 

 

 

 

갓 빨래를 마친 양 빨래들이 가득 널려 있다.

 

 

 

 

돌길을 걸어 호텔로 갔다.

 

 

오늘 당장 맥레오즈 간즈로 저녁버스로 떠날까도 생각했지만.. 너무 무거운 짐을 메고 다닌 탓인지 (카메라, Lonly planet 분권(얇은 것), 카페에 가게 될 경우 시간을 보낼 편지 쓸 종이.. Slice mango juice, suspension 약, iPod, 지갑, 펜, Dupatta(스카프) 등등.. ) 이제 어깨를 넘어서서 등까지 아팠다. 생각만 하면 당장이라도 떠나는 것이 무리가 없을 것 같지만.. 덜컹덜컹 밤버스를 계속 타고 무거운 짐을 지고 가야 하는데.. 내 생각은 가능할 것 같아도 병이 나지 않을까.. 또 스스로 몸을 사리게 되어 그냥 내일 떠나기로 하고.. 오늘과 내일은 좀 쉬기로 마음 먹었다. 

 

생각 같아서는 Blue Elephant Cafe(블루 엘리펀트 카페)에서 Momo(모모)를 테이크 아웃하거나 빵과 바나나를 사가서 아예 숙소에서 안 나올까 싶기도 했는데.. 식은 모모를 먹기는 싫고.. 아직은 덜 배고파서 그냥 숙소에 올라갔다. 

 

 

발을 씻고.. Slice mango juice와 물을 좀 마신 뒤 1시간여 열심히 일기를 썼다. 블루 엘리펀트 안 가고 이 카페에서 저녁을 주문해서 먹을까 싶기도 하지만.. 지난번 파스타처럼 초라한 접시일까봐.. 비싸기도 하고.. 그냥 귀찮아도 기분 좋은 청년이 있는 블루 엘리펀트 가서 먹어야겠다. 돌아올 때는 날이 어두울지도 모르니 자가발전 귀여운 손전등도 챙기고!

 

아~ 이제 좀 먹고 쉬어야겠다!!! 목과 어깨,.. 특히 목과 머리 연결 부분이 너무 아프다. 마사지를 받고 싶다. 등도 아프니.... ㅠ.ㅠ...

 

 

 

Blue Elephant Cafe(블루 엘리펀트 카페).

 

 

 

 

vegetable cream soup with butter brown bread. Rs.40

 

 

 

 

butter brown bread. 퍽퍽하긴 했지만 꽤 맛있었다.

 

cream soup은 어떤 크림을 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소한 듯 동물 냄새가 나서 좀 그랬지만.. 함께 나온 버터 발라 구운 브라운 브레드가 깨도 씹히고.. cream soup이랑 함께 하니 정말 바삭, 고소해서 맛있었다. 동물성 음식을 안 좋아하긴 하지만.. 간만에 이렇게 먹으니 맛있긴 하구나. 버터가 주는 풍미는 역시 다르긴 하다.

 

 

 

 

Veg. Momo 10pcs. Rs.40

 

주문 후 신선하게 만드느라 그런지 시간이 오래 걸린게 흠이지만 그냥 맛있다 싶었다. 칠리소스 찍어 먹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신선한 재료에, 채소의 아삭함이 느껴졌지만 만두피가 두꺼웠다. 두꺼우면 씹기도 오래 씹어야 하고 소화가 잘 안 되는데... 반만 시킬걸.. 10개나 나올 줄은 몰랐다. 양이 많아 결국 남은 것은 포장해왔다.

 

 

 

 

따뜻한 soup과 Momo로 오늘의 피로를 달랬다.

 

18 Aug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