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인도 여행 54-2 | 맥레오즈 간즈(McLeod Ganj) 여행 - 인도 여행 중 만난 반가운 키쉬(Quiche)
Olivia올리비아 2021. 12. 13. 19:58
인도 배낭여행 - 맥레오즈 간즈(McLeod Ganj) 여행 중
기분 좋은 공간으로 숙소를 옮기고 정착을 하니 허기가 밀려왔다. 점심은 뭘 먹을까~ 꽤 깔끔하게 생긴 주인이 있는 Nick's Italian kitchen 가서 한숨 돌릴까? 파스타는 지금 몸 상태에 너무 heavy하고.. Quiche(키쉬)랑 커피나 먹을까?(이곳의 키쉬는 대략 50루피에 커피 30루피.. 80루피로 간단한 식사가 가능하다. Cafe Coffee Day에 가면 커피 한 잔이 대략 Rs.80에 TAX까지 따로 받는다. 그러니 키쉬랑 커피.. 남는 장사! ㅎㅎ) 암튼 너무 기분 좋은 하루! 이제 산책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빨래해야지~ 룰루~~
.
빨래 하려고 cold 샤워실 들어가려는데 누군가 쓰고 있어.. hot 샤워실 앞의 안내문을 읽고 있었다. 뜨거운 물로 샤워하려면 Rs.10를 내야 하고.. 물을 아껴써야 하며.. 핫샤워실 키는 주인한테 있고.. 뭐 이런 내용 읽어봤다.
(당시 난 아이러니컬하게도 '인도'를 여행하면서 청결 문제에 대해 '그럴 수 있지, 그럴 수 있어.'라고 생각하면서도..또 한편으로는 청결 문제에 예민했었다. 비교적 깨끗한 티베트 사람들의 시설을 이용해서였을까? 깨끗한 것을 보니, 자연히 청결에 대한 눈이 높아졌다.)
어제 Nick's Italian Kitchen에서 한 서양인 남자가 지금 샤워 불가능하다고 티벳탄인 듯한 동양인 주인에게 말하는 것을 봤다. 그랬더니 주인은 미안하다거나.. 뭐 이런 말 없이 자기도 무슨 일인지 모른다면서, 아침과 저녁에만 샤워가 가능하니 저녁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laundry도 서양인은 스스로 할 모양인 듯 했는데.. 주인 말로는, 사실 laundry는 not allowed란다. 그러면서 laundry 가격표를 가리켰다.
그래서 혹시 여기도 laundry 안 되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도 창가 쪽에 빨래 줄 발견~ 빨래줄은 인기가 많았다. 옷감들이 한가득이라 내 치마를 널 곳이 없어.. 치마랑 손수건 빨고 그냥 방 의자에 걸어놨다.
.
방에 들어오니 향수 냄새인지.. 좋은 향이 여전하다. 뭘 피워 놓았나? 근데 다시 맡아보니 남자 스킨 냄새 같기도...
나가야지. 새로운 레스토랑 가고 싶기도 한데.. Nick's 분위기가 제일 좋다. 깔끔하고 음식 맛있고.. 티베탄 홈메이드 브레드는 최악이었고 수프에선 고기 육수 냄새가 나지만 말이다.
.
밖에 나갔다 왔다. McLeod Ganj(맥레오드 간즈)는 참 이상하다. 자연이 신비스러운건가? 비가 오다가도 햇빛이 쨍쨍.. 고도가 높은 산간지역들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맥간'은 어김 없이 하루에 비와 해가 번갈아서 뜬다. 밥 먹고 나서와서는 비가 왔지만.. 티베트 옷들을 구경하고 나오니 또 해가 쨍쨍~ 덕분에 산책도 좀 간만에 하고.. 간만의 뜨거운 햇빛에 얼굴도 일광욕도 좀 했다. 이런 날은 해가 반갑게 느껴져서 굳이 햇빛을 가리려 우산을 안 쓰게 된다.
암튼..Nick's kitchen에 갔다. 가서 Cappuccino를 먹을까 했는데.. 카푸치노도 우유 들어간거라 비릴거라 생각.. 아메리카노는 너무 단조롭고.. 결국 에스프레소 이탈리아노 마시기로.
에스프레소인만큼 조그만 잔에 나왔다. 설탕을 넣으면 맛이 이상해지는 커피의 씁쓸한 맛이 싫어 커피 맛 그대로를 즐기면서 주문한 애플파이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Nick's에는 브라우니, 애플 파이, 레몬 파이 등 인도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유럽식 베이커리 제품들을 많이 팔고 있었다. 서양인 여행자들이 많은 지역이라서 그런가? 아무튼 인도에서 이런 유럽식 메뉴를 만나니 왠지 모르게 반가웠다. 이 식당엔 쇼케이스까지 갖추고 그 안에 여러 파이들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파이들의 모습은 대부분 거칠고, 퍽퍽해 보이고, 그렇게 모양은 좋진 않았다.
애플 파이가 나왔다. 커다란 애플 파이가 Rs.35라니! 한화 약 700원쯤? 한국에서라면 한 4,5천원은 받았을텐데.. 맥간 너무 좋아! 맛있는 음식들이 많아 항상 나를 고민하게 한다니까..
인도 음식 안 먹은지는 꽤 됐다. 유럽식.. 향신료 안 들어간게 내 입맛에 맞고.. 티베트식도 한국과 꽤 비슷해서.. 인도 식당 안 간지는 사실 오래 됐다.
암튼 애플 파이.. 행복하게 포크로 자르려는데.. 차가워서인지 잘 안 잘라졌고.. 비도 오고 따끈한게 먹고 싶어 따뜻하게 해달라고 했다.
애플 파이는 따끈하게 데워져 나왔는데도.. 사과랑 반죽이랑 따로 논다. 이 애플파이는 그냥 사과를 노출시키고 구운 파이가 아니라, 타르트 틀에 바닥 반죽을 깔고 시나몬, 설탕과 섞은듯한 사과 조각들을 깔고 위에 반죽을 전체적으로 덮어서 구운 파이 같다. 겉의 반죽이 너무 딱딱했고 너무 두꺼웠다. 사과는 맛있었는데.. 그 둘의 조화만 맞았다면 참 맛있었을텐데..
반죽이 두꺼워서 먹기에 거부감이 들고 소화 부담될까 걱정스러웠지만 그래도 꼭꼭 씹어 먹으니 은근 맛있더라. 그렇게 파이 먹으면서.. iPod도 들으면서 컬러링~ 근데 점심도 안 먹고.. 아침도 바나나랑 크래커 정도 먹은터라 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계속 궁금했던 이 가게의 specialty라는 Quiche를 먹어보기로!
또 커피를 시키면 속에도 부담될 것 같고 해서 블랙티 하나에 컬리 플라워랑 버섯 들어간 키쉬 주문. 원래는 브로콜리&머쉬룸 키쉬가 궁금하긴 했다. 근데 이건 65루피고, 콜리플라워&머쉬룸 키쉬는 50루피.. 브로콜리가 역시 비싸긴 한가봐. 15루피나 차이가 나다니.. 우리나라에선 오히려 브로콜리가 싸고 콜리플라워가 비싼데 말이다.
생각보다 정말 큰 키쉬가 나왔다! 애플 파이만한 키쉬가 나올줄 알았는데, 두 개를 붙여놓은 것 같은 사이즈가 나왔다. 좀 덜 따뜻해서 아쉽긴 했지만 또 데워달라고 하면 음식의 맛과 질감이 변할까봐 따뜻한 블랙티로 만족을 하고 그냥 먹었다.
난 이런 타르트, 파이류의 높이 부분.. 두툼해서 맛있는 가장자리 테두리 부분을 좋아하는데, 이 테두리는 얇고 흐물거렸다. 이 키쉬가 이 가게의 specialty라던데.. 그럼 원래 Quiche가 이런 질감인가..? 작년에 한국에서 외국 레서피를 보고 만들어 본 키쉬는 이렇지는 않았었는데... 뭐.. 음식에 '정석' 이라는 것은 없고 만드는 사람의 마음과 입맛에 따라 만드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만, 원래 키쉬의 원형은 어떤 맛과 모양이었는지 궁금해진다.
어쨌든 키쉬 맛은 so so... 버섯은 역시 고기 질감을 주어 속이 든든했다.
그렇게 음식을 먹으며 컬러링 하는데.. 유모차를 끌고 한 부부와 동생? 시누이? 가 들어왔다. 서양인 애기도 한명 있었는데.. 인도인들 사이에 어떻게 저런 서양인 애기가 있는지 궁금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부부의 부인이 서양인이었다. 그들은 내 테이블 건너편 옆에 앉았기에 그들의 대화 소리가 다 들렸다. 그 가족은 Momo 모모를 시켜 먹는데 절반만 fry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와.. 난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half만 fry된 Momo.. 그걸 좋아한다는 시누이.. 멋진 아이디어다! 나도 다음엔 그렇게~~ㅎㅎㅎ 아무튼 내가 컬러링을 하고 있으니 시누이인 듯한 이가 내 그림을 바라보다가 "nice."란다. 서양인 애기도 내가 colouring 하는 데에 관심을 보였는데, iPod을 듣고 있었던 것이 그림 그리는 데에 집중이 되었다. 그 가족은 결국 피자와 모모를 시켜 먹었는데 음~ 간만에 맡아보는 익숙한 핏자 냄새. 냄새가 참 좋더라~ 핏자도 먹고 싶었다!
계속 그림 색을 칠하는데.. 한국말이 너무 크게 들리는거다.. 모국어에 귀가 열리는 이 현상.. 싫어... ㅠ.ㅠ 암튼.. 주위 소리가 듣기 싫어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뮤지컬 Notredame de Paris(노트르담 드 파리) 음악도 들어가며 컬러링을 했다.
Nick's Italian kitchen에서 한 그렇게 2시간을 보내고.. 지금까지 여기서 쓴 돈 중 가장 큰 돈 Rs.125를 지출하고 나왔다.
.
그렇게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 숙소를 옮겨서 그런지 기분이 좋았다. 사실 Kalsang guest house에 있을 때에는 아프고 기운 없고 계속 쉬고 싶었는데.,. 오늘도 소화가 잘 안 되긴 했지만 이상하게 긍정적인 전망이 들고 기분이 좋아서 자꾸 웃음 짓게 되고, 사람들에게도 친절한 미소를 보내게 된다. 날아갈 것 같은 기분!
(to be continued...)
26 Aug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