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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깨끗한 호텔에 머물러서 그런지 잠을 편안하게 꽤 잘 잤다.

 

아침의 신선한 공기를 느끼고 싶기도 했고, Paharganj(파하르간즈)의 아침 모습이 궁금하여 일찍 밖에 나갔다.

 

뉴 델리(New Delhi) 역을 등지고 빠하르간즈 중앙 바자르 길을 따라 쭉 걸었다. 외국인들 몰려있는 레스토랑.. 헌책방.. 서양식 베이커리.. 호텔... 어제 미처 못 봤던 빠하르간즈의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서양인들이 많은 레스토랑은 맛집일 확률이 높으므로, Madan cafe였던가.. 그곳에서 밥을 먹을까 하다가 아무래도 서민들이 찾는 소박한 식당이 더 좋아서 길거리 식당들을 눈으로 쫙 스캔했다.

 

 

그리고는 찾아간 곳. Sonu chat house. 이곳은 Lonely planet(론리 플래닛)에도 나와 있는 레스토랑이었는데, 현지인들, 여행자들 모두에게 인기가 좋은 맛집이었다.

 

 

 

 

현지인들이 가득한 식당 안, 나도 한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얼마 전이 인도 축제 Diwali(디왈리)였는데 아직도 이렇게 디왈리의 흔적이 남아 있어 반가웠다.

 

 

 

 

 

메뉴가 하도 많아서 뭘 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평소 좋아하는 메뉴인 Aloo parantha(Rs.15 알루 파라타)와 milk coffee(Rs.25 밀크 커피)를 주문했다. 벌써 시간은 12시. 아침 겸 점심이었다.

 

 

 

 

좀 타긴 했지만 정말 맛있었던 알루 파란타(Aloo Parantha). 밀크 커피도 정말 맛있어서 2잔이나 마셨다.

 

 

 

 

 

 

 

 

약간 반지하 같이 쏙 들어가 있는 이 레스토랑. 밥을 먹으면서 길거리 풍경을 TV 화면 쳐다보듯 재미있게 구경했다. 무엇보다도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사이클 릭샤였다. 앞에 자전거 대신 말이 이끌게 하면 꼭 마차와도 같게 생겼던 사이클 릭샤. 릭샤에 탄 손님들은 외국인 여행자들부터 돈이 많은 인도 사모님 등등.. 정말 다양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긴 옷을 입었다. Delhi도 겨울인 것인가. 하긴, 긴팔 남방을 입고 다녀도 더운 줄을 모르겠다. 해도 약하고.

 

저 스트라이프 반팔 티셔츠를 입은 청년이 주문을 받고 음식을 가져다주는 청년이다. Dosa 같은 넓적한 불판에 구워야 하는 음식은 사진 왼편에서 만들고, 밥이나 커리, 차파티 등을 담당하는 주방은 2층에 있는 모양이다. 음식은 내부 계단을 통해 2층에서 가져올 때도 있지만, 스트라이프 티셔츠 청년이 오른쪽 상단 사진과 같은 위치에 서서 고개를 들어 2층에서 음식을 받아서 서빙하곤 했다. 음식은 2층에서 그냥 휙휙- 던지는 게 아니라 줄을 매달은 플라스틱 둥근 통 같은 데에 음식을 담아서 아래로 내리는 듯했다.

 

나중에 숟가락이 필요해서 서빙하는 청년에게 인도 여행하면서 배운 단어인 '짬마치 चम्मच(ćammać)'를 달라고 하자, 청년이 동그란 눈으로 "oh~ cammac!" 하면서 내 발음을 교정해 주고 반가워했다. ㅎㅎ (힌디어로 숟가락을 '짬마치'라고 알고 있는데 그 발음이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현지인들은 뭔가 발음을 좀 달리 했던 듯.. 힌디어에는 우리나라에 없는 발음들도 있고, 인도 내에서도 같은 단어라 하더라도 발음이 다른 경우가 많다.) 역시 현지인들과 친근해지기에 현지어 사용만큼 최고인 것은 없는 듯!

 

아무튼 식당에서 밀크 커피를 후식 삼아 마시면서 Lonely planet과 여행하면서 얻은 <인도 100배 즐기기> 최신판을 정독하며 오늘은 어디를 어떻게 여행할지 행복한 플랜을 짜보았다.

 

 

식당에서 나와서 그냥 골목골목을 걸었다. 다른 사람들이 다 가는 유명한 장소보다는, 현지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더 흥미와 관심이 간다.

 

 

 

외국인 여행자로 가득한 빠하르간즈. 외국인들만 있을 것 같은 이곳에도 인도인들의 삶이 있다.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는데... 빨간 리본이다! 와.. 이 복잡한 안에도 이런 것이 있구나...

 

 

(인도는 가난한 나라라고만 생각하고, 외국 NGO가 들어와서 도와야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편견들이 가득한데.. 여행을 하는 내내 인도 내의 여러 NGO, 시민단체들을 만나고 그들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대략 살펴보니 마음이 기뻤다. 인도 내에서도 의식 있는 사람들은 인도 자력화(empowering)을 위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아직도 인도 내에서도 ILO 조약이라던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긴 하지만.. 내부에서 사회의 문제점을 의식하고.. 그런 운동이 크건, 작건간에 의식 있는 운동을 펼쳐 나가려는 움직임과 조짐이 참 반갑게 느껴졌다. 그래.. 내부에서 인식 개선이 이루어지고 내부인들의 힘으로 일어서야지.. 외국 NGO들이 들어와서 사업한답시고 현지인들의 문화와 삶을 망쳐놓는 경우도 상당수 되니까 말이다. 현지의 문화와 삶을 이해하지 않고 자기 멋대로 사업하는 NGO들, 특히 선교 단체들이 밉다. '좋은 게 좋은 거지.'가 다가 아니란 말이다.)

 

 

 

 

뉴델리 역 정문을 바라보고 오른쪽 길, Connaught place(코넛 플레이스) 쪽으로 걷는 길. Chelmsford Rd.

 

 

 

이렇게 커다란 인도..가 있고, 왼편엔 차도.

 

 

 

 

도로엔 오토릭샤와 승용차, 사이클 릭샤가 공존한다.

 

 

 

 

자꾸만 내 눈을 사로잡는 사이클 릭샤. 참 이국적이었다.

 

 

 

 

아직 델리의 특별하게 더러운 곳을 못 만났다. 너무나 깔끔하기만 한 거리.

 

 

 

 

 

거리엔 오토바이와 자전거 타는 사람도 있었고, 가끔씩 말이 끄는 마차를 운영하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빵빵- 거리는 경적소리가 들려 다소 시끄러울 때도 있긴 하지만, 인도에서 경적 소리는 상대편의 안전과 나의 안전을 위한 신호라고 했다. 물론 때에 따라 경적을 울리는 이유가 다르긴 하지만, 인도인들이 유난히 빵빵-거리는 것은 "나 여기 있어요." 하는 표시라는 것. 그래서 난 남인도에서 생활할 때 이런 인도식 신호, 경적 소리 때문에 오히려 편했다. 뒤에서 삑삑- 하고 울리면 그냥 길 옆으로 비켜서서 그저 앞만 보고 걸어가면 됐으므로 신호를 이리저리 살필 필요도 없고.. 오히려 안전한 느낌이었다.

 

사진만 보기에는 도로에서 자전거 타는 모습이 참으로 위험해 보이지만, 이 모든 것들이 아우러져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는 델리의 모습이었다.

 

 

 

 

역시 수도는 수도인가 보다. 이런 신식의 시내버스 정류장은 인도에서 처음 봤다.

 

 

 

 

광고.. 벤치.. 우리나라와 별다를 것 없이 똑같은 버스 정류장.

 

 

Chelmsfor rd.의 끝에 다다르면, 영국 식민지 시대의 도시계획에 의해 건설된 뉴델리의 중심 가운데 하나인 Connaught planet(코넛 플레이스)를 만날 수 있다.

 

 

 

나는 뉴델리 옆길을 따라 쭈욱 걸어왔다. 중앙의 방사형, 바큇살 모양의 곳이 바로 Connaught place. 이곳을 중심으로 도로가 동서남북으로 쭉쭉 뻗었다. 코넛 플레이스를 경계로 뉴델리와 델리(올드 델리)가 나뉘고, 구시가지의 중심인 Lal Qila(랄 킬라, Red Fort)와 Chandni Chowk(찬드니 초크)는 코넛 플레이스의 북동쪽에 있다.

 

 

 

 

Connaught place 지도. 크게 Connaught Circus가 감싸고 있고, 안에 또 middle circle이 있다.

 

 

 

 

Connaught place는 중앙의 녹지대(Connaught place)와 원 모양으로 주변을 둘러싼 도로, 새하얀 2층 건물의 Connaught Circus로 이루어져 있다. 새하얀 건물들은 영국인을 위한 쇼핑센터로 지어졌으나, 현재는 중고급 브랜드 상점, 레스토랑, 영화관, 은행, 갤러리, 항공사 사무실, 여행안내소, 여행사 등이 모여 있다. Connaught place는 위에 표시해 놓은 대로 알파벳에 따라 구획을 나누고 있다.

 

(지도 출처 : Google map)

 

 

 

이곳이 바로 H 구역의 외곽 도로 모습. 저 뒤에 보이는 더운 나라의 나무가 아니라면.. 그리고 노란 오토릭샤가 안 보인다면 이 도시는 여느 나라의 수도 모습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오른쪽 흰 건물이 바로 H 구역 건물.

 

 

 

 

 

 

건물 안 통로. 이 외곽 쪽에는 별다른 볼거리가 없다. 그냥 은행 몇 개, 레스토랑 몇 개. 꼰노뜨 플레이스 중앙의 녹지 공원 쪽으로 들어갈수록 더욱 북적북적, 가게들과 사람들이 많다.

 

 

 

 

H와 K 구역 사이로 들어왔다.

 

 

 

 

K 구역 모습.

 

 

 

 

여긴 H 구역에 있는 PVR Plaza Cinema. 왼쪽에 인도 여행하면서 많이 봤던 music world도 보인다.

 

 

 

 

시네마 앞에 모여있는 사람들.

 

 

 

 

 

무슨 영화를 상영하길래 사람들이 이렇게 많나 했더니, The Chronicles of Narnia: The Voyage of the Dawn Treader (2010). 영어에 힌디어에.. 3D에~ 경사 났네!

 

 

 

 

H 구역 안쪽.

 

 

 

 

이곳엔 우체국도 있었다. 편지 부치고 짐 부치러 올 때 참고하려고 시간을 찍어두었다.

 

 

 

 

이곳은 Radial Rd.에서 남쪽의 Janpath 쪽을 바라본 모습.

 

 

 

 

 

그냥 코넛 플레이스를 쭈욱 둘러봤다. Nike, Adidas 등의 중고급 브랜드 샵들.. 인테리어 제품들을 파는 샵.. 레스토랑.. 커피샵.. 은행.. 우체국.. 서점.. 영화관.. McDonald's 같은 다국적 기업의 'family restaurant'(인도에서는 맥도날드가 중급 레스토랑) 등등등.. 코넛 플레이스 안엔 없는 것이 없었다. 고급 가게에는 입구에 서서 문을 열어주고 닫아주는 경비원 같은 사람들도 서 있었다.

 

장소가 장소인 만큼 부유해 보이는 인도인들이 많았지만, 어디에나 그렇듯.. 하루하루 동냥해서 먹고 살아가는 듯한 거리의 걸인들도 있었다.

 

 

Janpath road를 따라 India Tourism Delhi - 인도 정부 관광국에 들러 델리 관광 지도를 얻었다. Janpath road는 뉴델리 역 앞과는 또 다른 느낌. 역시 고급 레스토랑과 각종 상점들이 있었는데 이쪽이 좀 더 사람 사는 냄새가 났다.

 

 

남인도 Chennai(첸나이)에서 처음 가보고 좋아하게 된 레스토랑, Hotel Saravana Bhavan에 갔다. 인도에서는 restaurant을 'Hotel'이라고 쓰기도 한다. (Lonely planet에서도 '인도식 영어 단어'라고 써 놓았음. 재밌는 문화.ㅎㅎ)

 

 

 

이곳은 인도 전역에 지점이 있고 해외에도 지점이 있는 체인 레스토랑이다. 무엇보다 채식 레스토랑인 점이 마음이 든다.

 

Saravana Bhavan, Janpath 지점은 굉장히 호화스러운 모습이었다. 아예 건물 하나를 전세 낸 듯.. 몇 층 규모..

 

door boy가 문을 열어주며 밥을 먹으러 왔는지, sweets를 사러 왔는지 물어봤다. 밥을 먹으러 왔다고 하니 식당으로 안내해 주었는데, 안에 들어가 보니 1층은 굉장히 많은 Sweets들이 깔끔한 유리 쇼케이스에 전시되어 있었고.. 그 건너편에서는 사람들이 밥을 먹고 있고.. 저쪽 구석엔 주방이 있고.. 흰 옷을 입은 종업원들이 사람들에게 음식을 서빙하고 있었다.

 

바글바글 대는 그 레스토랑 안에서 2인석 테이블에 앉았다. 메뉴판을 보면서 무엇을 먹을까 열심히 고민을 하고 있는데, 역시 왼편에서 혼자 식사를 하고 있던 한 50대쯤 되어 보이는 인도인 아저씨가, "도와줄까요?" 하면서 맛있는 메뉴를 추천해 주었다. 외국인이 인도인들 가득한 레스토랑에 혼자 들어와서 인도 음식을 먹겠다고 하니 그 모습이 기특(?) 했던 모양이어서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어 하셨던 것 같다.

 

아저씨는 남인도 메뉴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그래서 이곳에서 자주 먹는다는, 맛있다는 메뉴인 Idly(이들리)와 Uttabbam(우따빰)을 추천해 주셨다. 아.. 그런데 Uttabbam 중에서도 plain이냐.. 코코넛 등이 곁들여 있는 것이냐.. 등등 왜 이렇게 메뉴가 다양하던지~ 쉽게 고를 수가 없었는데 아저씨의 추천을 따라 coconut & tomato Uttabbam을 주문했다.

 

아저씨는 미국에서 살고 있는(미국 시민권이 있다고 했다.) 영어가 유창한 인도인이었는데, 이렇게 인도를 자주 왔다 갔다 한다고 하셨다. 무슨 사업을 하는 것 같았는데.. 딸들은 대학생인 듯..? 아무튼 아저씨가 내가 왜 인도에 오게 되었는지 궁금해해서 NGO 활동을 위해 1년 비자를 받아왔고.. 남인도 활동.. 여행.. 등등 그간의 일들을 아저씨에게 이야기했다. 아저씨는 무척이나 즐거워했고 나 또한 아저씨와의 대화 시간이 참 좋았다!

 

아저씨는 밥을 다 먹고, 내게 "Good Luck."이라는 기분 좋은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아저씨는 이제 다시 만날래야 다시 만날 수 없는 잠깐 스친 인연이었지만.. 아저씨와의 대화를 통해 낯설었던 델리라는 도시가 더욱 친근해졌고, 혼자 있어도 왠지 용기가 불끈! 솟아올랐다. 아저씨와의 기분 좋았던 대화 덕분에 행복한 저녁:)

 

 

 

coconut & tomato Uttabbam. 사라바나 바반에서 음식을 시키면 언제나 비주얼이 푸짐해서 참 좋다. 여러 가지 소스 중에 흰 코코넛 소스가 가장 맛있었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야 하는데.. 날이 어두워졌다.

 

 

 

Panpath road.

 

 

 

 

길이 엄청 막히는 저녁이다.

 

 

Connaught place의 H 구역에서 길을 건너 뉴델리 역으로 향하려는데...

 

 

 

이런 가게가 눈에 들어옴. 길거리 상점인데 이런 최신식 TV를 다 설치해 놓고~ 참 modern 한 노점상이구려~~

 

 

 

 

뉴델리 역 쪽, 다시 파하르간즈로 돌아가는 길. 계속 계속 나의 눈길을 사로잡는 자전거 릭샤. 릭샤 아저씨들의 삶이 궁금하다.

 


 

 

뉴델리 역 앞, 빠하르간즈 골목으로 들어가는 길인데.. 이렇게 과일 장수들이 노점을 열었다. 일제히 다 나를 보며 과일 사라고 외쳐대는 아저씨들. 바나나 사갈까..? 사과 살까? 했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너무 비쌌다.

 

 

 

빠하르간즈 골목으로 들어섰다.

 

 

 

 

북적북적... 밤의 이 분위기가 참 좋았다.

 

한 노점에서 mineral water 1 litre와 Cadbury dairy milk chocolate을 사서 숙소로 들어갔다.

 

6 Dec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