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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hi(델리)의 H Nizamuddin(니자무딘) 역에서 남인도의 Bangalore(뱅갈로르) City Junction으로 가는 길. 기차에서의 이튿날을 맞이했다.

 

내가 탄 기차는 Banglore Rajdhn(라즈다니 익스프레스). 알고 보니 이 열차는 AC 칸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PREMIUM(프리미엄) 특급 기차였다.

 

 

 

매 시간마다 기차에선 식사가 제공된다. 고로 난 따로 밥을 사먹을 필요도 없고, 기차 안에 들어오는 간식이나 물 등을 파는 잡상인들도 아직까지 한번도 못봤다.

 

 

 

 

 

기차에서의 시간이 길게 느껴지니.. 그간의 기록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위의 글은 항상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강했던 재미난 캐릭터의 티베트 라마 Tenzin에게 받은 연락처. McLeod Ganj(맥레오드 간즈)를 떠나기 몇일 전날 받은 연락처인데.. 조만간 티베트에 가게 된다고 티베트 전화번호도 알려주었다. 아.. 텐진.. 그를 과연 내 인생에서 다시 한번 만날 수 있는 날이 올까..?

 

안동근의 <인도와 똥> 책을 보며는 이런 메모를 남겨 놓았었다. '우리는 인도에 도를 닦으러 가는 것도 아니고 깨달음을 얻으러 가는 것도 아니다. 단지 우리와는 다른 땅에서,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다른 문화를 만들며 살아왔던 그런 사람들의 삶을 보러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내 삶.. 나의 존재가 확장되고 내가 새롭게 경험하고 느꼈던 것만큼 내 자신이 새롭게 된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델리에서 산 SPEAK HINDI(스픽 힌디) 책도 공부하고.. 창 밖도 구경하고.. 함께 앉은 가족들과도 잠깐 잠깐씩 대화하고.. 힌디어 책에서 배운 힌디어도 말해보고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어느새 저녁.

 

 

 

 

문간에서 바람을 쐬고 있던 한 수줍은 인도인 청년과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아~ 이 상쾌한 저녁의 공기.. 난 인도가 참 좋다.

 

 

 

 

 

다시 객실에 들어왔다. middle berth는 낮 동안 lower berth의 등받이가 된다. middle berth와 upper berth 사람들은 낮 동안 lower berth에 내려와 앉아 있는데.. 아무래도 lower berth가 침대의 주인이니.. middle이나 upper 사람들은 남의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아무래도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인도인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나는 그랬음. 가족인 경우에는 상관 없겠으나 서로 모르는 사람이 함께 앉아 있는 것은 아무래도 좀 불편한 일일 수 있다.)

 

내가 있던 침대 6개짜리 구역은 3명의 한 인도인 가족과 2명의 인도인 청년, 그리고 내가 지내는 공간이었다.

 

             아빠                                      파란 티셔츠 인도인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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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모님                            통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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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고 수줍은 인도인 청년      로             엄마와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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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배정받은 칸이 middle berth여서.. 누워서 쉬고 싶어도 쉴수가 없었다.

 

 

 

 

엄마와 아들, 나와 파란색 티셔츠의 청년이 낮 동안 1층 berth에서 할 일도 하고 밥도 먹었다.

 

파란색 청년은 내게 관심이 있는 듯 없는 듯하며 은근 많은 관심을 보였다. 내가 힌디어로 말하면 그렇게 반가워하며 힌디어도 가르쳐 주었다.

 

 

 

 

사진 왼쪽부터 장모님, 사위, 그리고 기차 안에서 열심히 wi-fi 하던 수줍고 조용한 한 인도인 청년.. 아들, 엄마, 파란색 인도인 청년과 나.. 이렇게 앉아서 낮 시간을 보냈는데.. 파란색 인도인 청년은 가족들과 함께 카드 게임을 했다. 나도 어떻게든 끼어보고자 게임 룰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는데.. 아무리 봐도 봐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서 그냥 구경만 했다는...;;;

 

수줍고 조용한 인도인 청년이 wi-fi 하는 것을 보고서는 참 놀랐다. 무슨 USB를 꽂으니까 인터넷이 언제 어디서든 잡히는 모양인데.. 달리는 기차 안에서도 인터넷이 가능한 인도라니! 정말 놀라운 사실이었다. 하긴, 인도는 땅이 워낙 크고 넓어서 유선 전화가 채 발달하기도 전에 무선 전화가 먼저 발달한 나라라고 했다.

 

 

내가 피곤해하면 가족 중 아빠는 자기 자리인 upper berth에 가서 누워 자도 좋다고 했다. 이 열차는 완전 럭셔리 기차라서 오후 4시가 되면 간식도 꼼꼼하게 챙겨주었다. 자고 있는데도 깨워서 간식 먹으라고 하는 것에 놀랐다.;;;; 간식은 Chai(짜이)와 Oliva 과자, sweets도 있었던 듯..

 

 

저녁이 되자 매 끼니와 밥을 나눠주는 IRCTC kitchenwala가 객실을 돌아다니면서 팁을 요구함이 참 재밌었다. 인도에도 팁 문화가 있긴 하구나... 매번 수고하는데 주지 않을 수 없어 Rs.10를 건넸다.

 

 

 

밤이 찾아왔다.

 

하루 종일 운동량은 거의 없고 끼니 때마다 밥에, 간식에... 몸이 무거워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좀 불쾌하다. 그래도 즐거운 인도 기차여행! 내일 아침이면 이것도 끝이라니... (인도 특급 열차라 달리는 속도도 일반 열차보다 빠른 듯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쉬움이 커지고 있다.

 

10 Dec 2010